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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0 (수)

[특집 리포트]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지난 8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포항 철강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

경북팩트뉴스 조현묵 기자 |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취임 직후,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추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정부는 급하게 대책 회의를 열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즉각 나서야 한다며 철강업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성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스테인리스 냉연 코일 제품.  /사진=포스코

 

기업들은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벌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고, 정치권 역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상황이 처음 겪는 일인지, 그리고 정말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8년 전,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에도 우리는 같은 위기를 맞이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을 강화했고, 2018년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협상해 쿼터제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한국의 철강업체들은 기존 수출량의 70% 수준으로 수출을 제한받았고,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급감했다.

수출 감소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철강업계는 유럽과 동남아, 중동 등 다른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타격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난 8년간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반복되는 패착…반성과 함께 현실적 대책 마련할 때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하면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다. 2018년 철강 관세 부과 이후에도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했다.

우리는 지난 8년 동안 충분한 대비를 했는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자신에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8년 전 집권했을 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충격을 경험했다.

당시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벌여 ‘수출 쿼터제(수출 제한량 설정)’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간신히 타협점을 찾았다.

이후 8년이 지났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대비했는가. 정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들은 철강산업이 이러한 보호무역 장벽에 휘둘리지 않도록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의문이다.

트럼프 2기 집권과 함께 보호무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자, 우리는 또다시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며 중앙정부에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가"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을 예상했는가

지난 2018년,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이후 철강업계와 정부는 한시적으로 수출 쿼터제를 수용하여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언제든 다시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였다.

그렇다면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에 대응할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했는가. 정부는 철강업계와 함께 이 문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했는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철강산업의 수출 다변화 전략을 충분히 추진했는가

미국 시장의 보호무역 조치는 철강업계에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수출 다변화를 충분히 추진하지 못했다.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에서 생산된 반제품 블룸(Bloom).  /사진 = 포스코

 

우선 유럽 시장의 대응에 미흡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철강을 포함한 수입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제품은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친환경 철강 생산 기술 개발과 EU 시장 진출 전략을 미리 마련하지 못했다.

또한 동남아·중동 시장 개척도 미흡했다. 트럼프 1기 집권 후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 개척을 시도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의 수출길이 막힐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신흥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출 망을 구축했어야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결국 철강 수출 전략의 근본적 문제는 전략 부재에 무사안일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철강업계는 8년 전 트럼프 정부가 처음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지금처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수출길을 막지 말라”는 식의 대응에 집중했다. 그러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철강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하여 보호무역 장벽을 우회하는 장기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철강산업이 보호무역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내 산업구조를 개편했는가

철강산업이 보호무역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철강산업이 보호무역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내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노력을 했는가. 

무엇보다도 스마트 철강산업으로 전환을 미루면서 적기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AI·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철강 공장 구축을 서둘러야 했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기존의 전통적인 생산 방식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못했다.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친환경 철강 기술의 개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와 같은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 철강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기반 철강 생산 전환 등을 선제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결국 EU와 미국 시장에서 한국 철강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요란하기만 했던 산업 다변화의 노력은 철강을 넘어서는 신산업 육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포항을 비롯한 철강산업 중심 지역들은 철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배터리·수소 등 신산업 육성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신산업 발굴⋅육성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철강산업의 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제라도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철강산업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만 바라보며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라고 외치기만 할 것인가.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포항은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중심지이며, 이번 위기를 맞아 새로운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피하는 단기적인 생존 전략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항은 철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최근 포항시는 경북도와 함께 ‘철강·금속 산업 디지털 대전환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그동안 손 놓고 남 탓만 해왔던 상황에서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선포식’이라는 이벤트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며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친환경 철강 기술 개발 역시 시급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도입으로 인해 유럽 시장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철강 제품에만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 철강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유럽과 기타 선진국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철강산업에 의존하는 포항 경제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포항은 배터리와 수소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구조를 구축해야 하며,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같은 기업들과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관련 산업을 유치하여 포항이 철강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산업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포항을 바이오·메디컬 연구단지로 조성하고, 포스텍과 협력해 의료·제약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보호무역 장벽을 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고 대책을 논의하는 구시대적인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강산업이 어렵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철강을 넘어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포항을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언제까지 정부의 대책만 기다릴 것인가. 이제는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포항은 더 이상 과거의 산업도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핵심 경제 거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 포항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철강산업을 지키면서도 철강을 넘어서는 산업을 육성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포항이 철강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 산업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더 이상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뒤늦게 대책을 논의하는 후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 바로 포항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시점이며, 우리는 이를 실행해야 한다. 포항의 미래,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