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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0 (금)

시민행복지수로 그리는 문경의 지속가능한 미래

지방 소멸 위기 대응…시민이 행복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경영 추진

 

경북팩트뉴스 남유신 기자 | 지역소멸위기의 소도시 문경

경북 대부분의 중소 도시와 군 단위 지역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2024년 ‘경상북도 시군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경북 인구는 2022년 262만 명에서 2042년 236만 명으로 약 9.8% 감소할 전망이며, 23개 시군 중 19곳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경시는 같은 기간 인구가 약 11.4% 줄어 6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는 줄고 고령인구는 증가해 고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석탄산업 호황기에는 16만 명 이상의 인구를 유지했으나 산업 쇠퇴 이후 인구 감소가 이어졌고, 이에 다양한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해왔다.

 

인구증가 시책의 구조적 한계

‘인구증가시책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전담 부서를 운영했으며, 4인 가족이 전입할 경우 최대 120만 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유입 정책을 펼쳤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농귀촌 기류에 편승한 정책도 펼쳤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1년간 문경에 살면서 인구 증가를 위한 각종 혜택들을 지원했으며, 출산장려정책도 다른 시군보다 지원 규모도 많았다. 한때 넷째아 이상 출산 시 최대 3천만 원까지 지급한 바 있다.

 

청년주택 공급이나 창업지원 등 상당수 정책이 인구 증가와 맞물렸지만 도시로 떠나는 청년세대와 낮은 출생률, 고령화에 따른 자연감소 등으로 인구는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구 증가를 위해 주민등록상 전입을 독려해 반짝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시적인 인구 증가에 그쳤다.

 

문경시는 몇 년 전부터 인구 정책의 변화를 시도했다. 억지로 인구 증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주민이 행복하고 잘사는 도시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자는 것이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문경시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영국 윔블던은 1877년 시작한 테니스대회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가 된 곳이다. 캐나다 벰프는 로키산맥의 유명한 관광지로 인구는 8천 명을 약간 웃돈다. 작은 마을 규모지만 세계적인 산악영화제로 이름 높고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국내총생산 대신 국가총행복 지수를 내세우는 부탄의 수도 팀푸는 녹지비율 유지와 건물 고도의 제한 등으로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는 도시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충족시키고 있다. 브라질 쿠리치바는 ‘꿈의 생태도시’라는 위명에 걸맞게 대중교통을 혁신적으로 기획해 실행에 옮겼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거만족도를 높였다.

 

이 도시들은 인구의 양적 증가보다 시민들의 ‘지속가능한 행복’에 정책의 우선을 두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경시의 선택은 ‘행복 중심도시’

문경시는 ‘인구 중심도시에서 행복 중심도시로’ 전환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인구정책은 사실상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추진이 불가능하다.

 

숭실대와 문경대의 통합 등 외부 기관이나 대학 유치를 위한 시도를 계속하면서도 시민의 소득이 높아지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감홍사과와 문경오미자의 안정적 재배와 판로확보에 매년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지역 산업의 근간인 농업과 농민이 튼튼한 기반을 다지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어 농민이 행복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뛰어난 관광지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 및 대규모 휴양시설 유치 등을 통해 단순 방문형 관광을 넘어 체류형 관광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이러한 관광 인프라 확충은 스포츠·문화산업과도 연계되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의 문경 이전 이후 국제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 유치가 활발해지면서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활용한 공해 없는 스포츠·문화산업이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관광과 스포츠 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일상 속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 시 단위 최초로 시내버스를 전면 무료화하여, 시민은 물론 관광객이나 외국인까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희망택시 선정 마을 기준을 확대했다. 이러한 정책은 이동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 분야에도 생활 밀착형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예방접종 무료 지원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영유아뿐만 아니라 어르신과 취약계층까지 폭넓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감염병 예방과 지역사회 건강 안전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어르신들의 이·미용비와 목욕비 지원도 확대해 일상생활의 부담을 줄이고 기본적인 생활 복지를 높이고 있다.

 

결국 문경이 선택한 방향은 인구 증가 경쟁이 아닌 ‘삶의 질 향상’이다.

현재 살고 있는 시민의 행복을 핵심 가치로 삼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행복을 체감하고, 그 만족이 다시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방향은 지속가능한 문경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반이자,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